어느새 통도사 암자순례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통도사 암자 가운데 유일하게 차로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백운암입니다 이름처럼 하얀 구름 속에 있는 백운암은 속세가 거리를 둔 탓에 오랜 세월 수도처로 이름을 얻은 암자입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면 숨이 턱 막히기도 하지만 백운암에 올라 바라보는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백운암, 구름 아래 펼쳐진 세상을 보다 통도사 암자 순례 마지막 암자인 백운암(白雲庵)으로 향한다. 비로암에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가다 보면 백운암 주차장이 보인다. 백운암은 이름처럼 통도사 산내 암자 가운데 영축산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차로 갈 수 있는 데가 바로 여기 주차장까지다. 주차장에서부턴 두 다리를 의지해 한 걸음 한 걸음 계곡 옆으로 난 비좁고 경사가 급한 등산로를 따라 ..
비로암은 유독 '물'과 많은 인연을 가진 암자입니다 통도사 방장을 역임한 원명 스님이 암자를 소개해달라는 우문에 퉁명스럽게 '물'이라고 답한 까닭을 함께 들어볼까요? 비로암, 산을 보고 물소리를 듣다 극락암을 나와 비로암(毘盧庵)으로 향하는 산길을 오른다. 조금 걷다 보니 숨이 찬다. 조금 전 극락암에서 극락세계를 엿봤다고 생각하며 뿌듯해 하던 것도 잠시,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쉬는 걸 보니 역시 어리석은 중생일 뿐이라며 자책한다. 오르막이 계속되다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그 끝에 활수교(活水橋)라는 다리가 있다. 다리 아래 맑은 물이 쉬지 않고 흘러간다. 비로암은 생명의 근원인 ‘물’과 인연이 깊은 암자다. 청류동으로 흐르는 계곡에는 통도사 8경인 비로폭포(毘盧瀑布)가 있다. 올해 유독 가뭄이..
극락암은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암자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모습에 취해 정작 극락암이 간직한 깨달음의 세계를 놓칠 때가 더 많은 지 모릅니다 '해우소'라는 말을 만든 경봉 스님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극락암으로 떠납니다 극락암, 화엄 세계의 빗장을 열다 이제 영축산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영축산 산세를 올곧은 자세로 허리를 펴고 좌정한 부처의 모습과 비유한다면 지금까지 둘러본 암자들은 무릎과 허리 부근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영축산 깊은 곳에 있는 극락암과 비로암은 단전(丹田)에 해당하는 암자고, 백운암은 심장에 가까운 곳에 있다. 반야암에서 나와 극락암으로 가는 길 앞에 섰다. 푸른 솔밭이 눈 앞에 펼쳐진다. 무풍한송로 소나무들이 길을 껴안듯 가지를 뻗어 에워싸고 있는 느낌이라면 이곳..
'반야'라는 말은 지혜를 뜻합니다 작은 암자에 참 깨달음을 얻으려는 정성을 가득 담아 세운 반야암은 조용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는 암자입니다 반야암,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를 얻다 자장암에서 내려와 비로암과 반야암으로 나뉘는 삼거리에 다시 섰다. 우선 반야암(般若庵)부터 들리기로 했다. 곡식이 익어가는 너른 벌판을 따라 길을 걷다 보니 반야암이 보인다. 반야암은 1999년 감원인 지안 스님이 창건한 암자다.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청류동을 흘러가는 계곡을 끼고 넓은 부지에 반야보전(般若寶殿), 청향당(淸香堂), 세진정(洗塵亭) 등 전각이 들어서 있다. 반야암이 이곳에 자리한 것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지안 스님이 마산에 머물고 있을 때 가진 장서(藏書)가 너무 많아 보관할 공간이 별도로 필요할 지..
이제 지방선거가 끝이 납니다 그동안 수많은 희망과 욕망이 뒤엉킨 시간을 보낸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자장암을 소개합니다 금와보살로 유명한 자장암은 이름처럼 자장율사가 세운 암자입니다 통도사 첫 암자라는 상징성과 함께 자장암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선거가 지나면 취현루에서 차 한 잔 즐기며 맞은 편 영축산 연봉을 바라보는 사치를 누릴까 합니다 자장암,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다 비밀스러운 숲길을 벗어나 탁 트인 넓은 길로 나왔다. 자장암(慈藏庵) 가는 길에는 가을이면 몸을 흔들며 햇살을 반기는 갈대밭이 있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모여 바람에 몸을 맡기는 갈대가 외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주차장 입구에 이르..
통도사 산내암자 가운데 가장 비밀스러운 곳이 바로 '금수암'입니다 감원 스님 홀로 수행을 이어가는 금수암은 일반인의 발길을 허락치 않겠다는 듯 깊은 곳에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암자 곳곳에 스님의 손길이 깃든 부처님의 마음이 함께하는 암자입니다 금수암, 일상에서 수행의 의지를 엿보다 서축암 세심교를 다시 건너 큰길을 따라 걸었다. 곧 금수암(金水庵)으로 향하는 길을 알리는 자그마한 비석이 보인다. 자장암 표지석과 나란히 있지만 무심결에 놓쳐버릴 수도 있는 작은 크기다. 찾는 이들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듯 보이는 표지석을 뒤로하고 깊은 숲길로 접어든다. 금수암은 사실 일반인들이 쉽게 찾는 암자는 아니다. 감원인 여산 스님 홀로 수행을 이어가는 암자기 때문이다. 큰길에서 벗어나 비밀스러워 보이는 오솔길을 따라..
서축암은 관광객에서 알려진 암자는 아니다. 통도사 산내암자 가운데 비교적 가장 최근에 지은 암자로 이곳에는 부처님의 법을 공간에 구현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 대중에게 깨달음을 전하는 불교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암자다. 서축암, 깨달음의 말씀으로 세상을 비추다 안양암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는 영축산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둘러본 통도사 산내암자들이 영축산 자락 아래에 있었다면 이제 영축산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암자들을 둘러볼 차례다. 영축산 산세는 어머니처럼 넓은 산자락에 통도사와 암자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우뚝 솟은 산맥은 사시사철 세상 풍파를 막아줄 것 같은 아버지 뒷모습과 닮았다. 첫 번째 순례에서 만났던 암자들과 안양암이 어머니 치맛자락 같은 능선 사이사이에..
통도사 암자순례 두 번째 길을 떠납니다 무풍한솔길에서 시작해 만나는 첫 암자는 '안양암'입니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몸을 쉬게 한다’는 안양이라는 뜻처럼 조용한 암자 분위기가 먼저 마중합니다 이곳에는 경남 유형문화재 제247호로 지정된 북극전이 있는데 오래된 모습이지만 부처님 세계를 표현한 벽화와 탱화가 눈길을 사로잡는 곳입니다 안양암, 마음의 눈으로 극락세계를 보다 다시 길 위에 섰다. 첫 번째 통도사 암자 순례에 나선 후 마음속에 그동안 둘러봤던 암자들이 내내 떠나지 않았다. 일상에 쫓겨 지내면서도 마음은 늘 쉼을 원했다.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산문 앞에 섰다. 허락한 시간 동안 다시 새로운 풍경과 사연을 접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무풍한송로는 변함없이 푸르다. 바람 따라 춤추는 소나..
통도사 암자순례, 그 첫 번째 순례의 마지막은 '백련암'입니다 백련암은 오랜 수행의 기풍을 간직한 조용한 암자입니다 가을이면 노란빛으로 물든 오랜된 은행나무가 찾는 이를 먼저 반깁니다 통도사 염불원으로 소임을 다하는 백련암에서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백련암, 깨달음의 스승 앞에서 나를 찾다 옥련암을 나와 언덕을 내려가다 길옆 돌탑으로 향했다. 반짝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면서 돌탑에 생명이라도 불어넣듯 그림자를 비추며 아른거린다. 다시 내리막을 걷다 옥련암과 백련암(白蓮庵)으로 갈라지는 지점에 섰다. 백련암 방향을 바라보니 깊은 숲길 너머에 시간이 고요하게 멈춰 있는 것만 같다. 백련암이라고 쓰여 있는 비석에는 백련정사(白蓮精舍)라는 이름이 함께 있다. ‘정사’(精舍)는 신앙에 따라 수행을 계속하는 사..
약수로 유명한 옥련암은 주말이면 물을 길러오는 이들로 늘 분주한 곳입니다 또한, 옥련암 감원 스님의 독특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큰빛의집'은 대개 사찰에서 볼 수 있는 한자 편액이 아니라 한글 편액으로 돼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무형문화재인 장인이 직접 조각한 천이백아라한상은 반드시 봐야할 옥련암의 자랑입니다 옥련암, 깨달음의 다양한 세계를 엿보다 사명암을 나와 다시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언덕길이 시작하는 곳에서 잠시 걸음을 옮기니 옥련암(玉蓮庵)과 백련암(白蓮庵)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섰다. 어느 암자를 먼저 둘러볼까 고민하다 목이 마르다는 생각에 먼저 옥련암을 찾기로 했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숲 속에 정성으로 쌓아올린 돌탑 세 개가 솟대처럼 길목을 지키고 있다. 옥련암 입구에 들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