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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신문 사장을 역임하고 양산시민신문에서 편집국장을 지낸 한관호 선배는 늘 "지역신문은 지역의 경전(經傳)"이란 표현을 즐겨 쓰곤 했다. 지역의 역사, 문화, 가치를 기록하는 경전으로 지역신문이 역할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승환ㆍ남석형, 도서출판 피플파워, 2017년
2013년 경남도민일보가 펴낸 '경남의 재발견'은 이승환ㆍ남석형 기자가 발로 뛰며 재발견한 경남 18개 시군의 오늘과 과거를 기록한 역사, 문화, 관광 인문지리지다. 과거 읍면별로 읍지나 면지를 편찬하곤 했다. 시군 단위로 나온 책들도 있다. 모두 지역을 소개하는 책이다.
하지만 읍지나 면지가 기록적 측면이 강하다면 경남도민일보가 펴낸 '경남의 재발견'은 단순한 기록의 나열이나 열거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치를 해설하는 인문지리지다. 김해ㆍ양산처럼 빠른 속도로 변한 지역에서는 지역 사람조차 잊고 있었거나 새로운 유입인구가 미처 알지 못한 과거를 재조명해 현재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한, 산청ㆍ함양처럼 전통의 모습을 간직한 지역은 개발에 뒤쳐진 우울한 단상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고 했다. '경남의 재발견'은 경남지역에서 속한 시군을 단순히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지역이 가진 가치와 앞으로 해야할 과제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경전(經傳)"이란 말 속에는 단순히 역사를 기록한다는 의미 외에도 가치를 담는다는 뜻이 숨어 있다. 성경이 기독교 세계관을 코란이 이슬람의 정신을 담고 있듯 지역신문 역시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도민일보가 펴낸 '경남의 재발견'은 지역신문이 해야할 역할을 실천한 결과물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지면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일은 지역신문 역할과 함께 신문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신문은 하루하루 소비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경남도민일보만 해도 어느덧 5000호 발행을 넘겼으니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콘텐츠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신문을 발행한 뒤 소중한 콘텐츠는 겨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좋은 콘텐츠는 비단 신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체로 독자에게 전달할 의무가 지역신문에게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역신문은 지역의 경전"이다.
※사족
'경남의 재발견'을 읽고 책과 나(서평) 대신 지역언론 돋보기에 쓴 것은 책에 대한 감상보다 책 발간의 의미와 지역신문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부분도 함께 있었다.
'경남의 재발견'은 경남도민일보가 공익콘텐츠 발굴기획으로 지면에도 연재했다. 2면에 걸쳐 보도했지만 지면은 공간의 제약이 큰 매체다. 지면과 책을 연계하다보니 그 내용을 더 충분히 다루지 못한 측면이 있다.
경남지역 18개 시군을 다루다보니 기본정보를 전달하고 역사적 맥락을 짚는 작업에는 충실했지만 정작 독자가 여행에 참고하거나 지역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점도 보인다.
문제는 책 발간 자체에 있다기 보다 많은 지역을 한꺼번에 소개하려는 시도가 가진 한계일수밖에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경남의 재발견'에 이은 '양산의 재발견', '김해의 재발견' 등과 같은 기획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지역신문으로 지역의 공익콘텐츠를 발굴하고 전파하는 일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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